살인의 문 (殺人の門)
히가시노 게이고 東野圭吾
재인 / 2018.8.31
일본 미스테리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이 나왔다.
살인의 문 (殺人の門)은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로써는 드물게 1,2권으로 되어있는데, 일본에서는 2006년에 발간되었던 작품이지만
여지껏 한국에는 선보인적이 없었는데,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이 대 히트를 치고 나날이 작가의 인기가 높아져 감에 따라 이번에 국내에도 출간되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東野 圭吾 일본의 소설가
1958.02.04 오사카 출생. 오사카 부립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1985년 '방과 후'로 데뷔하였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고 영향력 있는 소설가중 하나인 그는 대학 졸업 후 자동차 부품회사인 '덴소'에 취직하였으며
이때의 경험을 살려 작품 '비밀' 에서는 주인공이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근무하는 등 자신의 실제 배경과 경험을 다양한 작품에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예를들면 여러작품의 배경으로 자신의 고향인 오사카를 선택하기도 하고 이공계가 아니면 모를 전문 지식들이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추리소설을 쓰고 있지만 그의 작품에는 다양한 사회 문제가 녹아들어가 있고 그래서 그의 작품은 특히 독자들이 감정을 이입하기에 좋은 작품이 많이 있다. 대부분의 작품이 여지없이 살인 사건이 등장하는 추리소설 이지만 살인의 트릭이나 미스터리를 푸는것에만 치중하지 않고, 인물의 행동 배경이나 감정선에 관한 치밀한 설정이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대를 자아내고 책장을 덮으며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타고난 스토리 텔러이다.
다작을 하는것으로 유명하여 일부 안티팬들에게는 (안티팬이 있을 정도로 팬층이 두텁고 유명한 작가이다!) 다작을 하는것 때문에 전체적인 작품의 질이 떨어진다는 혹평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평균적으로 봤을때 그처럼 다작을 함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의 퀄리티를 유지하는 작가는 많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 처럼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정통 미스터리보다는 감성판타지 소설에 가까운 작품을 내기도 하는 등 미스터리같지 않은
미스터리 작품도 많은 편으로, 특히 그는 등장인물의 감정이나 행동 배경을 섬세하게 표현하여 여자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단편 소설은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고,(연애의 행방 같은..) 널리 알려진 작품들인 백야행, 비밀,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 용의자 X의 헌신 등은 누가 읽어도 후회하지 않을 재미있는 작품들이다. 많은 작품들이 TV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졌고 미국의 스티븐 킹 처럼 배우보다도 그의 이름을 작품 홍보에 사용하기도 하는 등 유명한 인물이다.
'부지런한 천재'라는 명성에 걸맞게 매 분기별로 신작을 출간해 내고 있으며
집필하는 작품마다 생생한 인물 묘사와 흡입력있는 스토리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일본의 대표 미스터리 작가이다.
일본에서 출간된 '살인의 문'의 표지.
정가 ¥ 907
책이든 뭐든 대중교통비를 제외하고는 이젠 우리나라가 전반적으로 일본보다 물가가 비싼듯 하다
★★★★★ 궁극의 패러디. ‘죽여 버리고 싶다’는 인간의 심리를 어떻게 이렇게 리얼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 가슴을 한 손으로 누르고 가끔 심호흡을 하면서 읽어야 했다.
★★★★★ ‘남의 불행은 재미있다’라는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일까, 한없이 빠져든다.
★★★★★ 냉소적인 블랙 코미디. 나는 이 어둠이 좋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진면목을 보여 준다.
★★★★★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필력은 현대 문학의 최고봉이다.
★★★★★ 멋지게 걸려들었다. 굉장한 것을 읽어 버렸구나, 하는 느낌.
★★★★★ 읽게 만드는 테크닉이 대단하다. 이런 것, 더 써 주시지 않겠습니까?
★★★★★ 최고의 작품. 숨 막히는 전개에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생각했다.
- 일본 아마존 독자 서평 중에서
“그놈을 죽이고 싶다”
악의 화신인 한 남자, 그리고 일생을 그에게 농락당하는 또 한 남자.
두 남자의 끈질긴 악연이 빚어내는 ‘증오’와 ‘살의’에 관한 일대 서사시
이것은 유복한 치과 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다지마 가즈유키와 가난한 두부 가게 아들 구라모치 오사무의 지독한 악연에 관한 이야기이다.
소년의 불행의 시작은 어느날 날아든 불행의 편지와 함께였다. 계속해서 날아든 23통의 편지. 애써 무시하려고 했지만 마음속 한켠에 기분나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던 그 편지들은 다지마 가즈유키의 이름을 田島和幸가 아니라 田島和辛로 잘못 써서 보내고 있었는데, 전학가던 날 사인북에 구라무치 오사무가 쓴 글을 보고 가즈유키는 자신에게 그간 편지를 보냈던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차린다. 이후로도 소년의 인생은 점점 꼬여만 가고,..
가즈유키가 죽음을 처음 접한 것은 같이 살던 할머니의 죽음이었다. 할머니에 대한 애정은 전혀 없으면서도 용돈을 받기 위해 매일같이 할머니의 방에 드나들던
가즈유키는 어느날 할머니가 자는 채로 죽은 모습을 처음으로 발견하게 되고, 오사무의 꼬드김에 사기도박을 당하고 있던 가즈유키는 돈이 절실히 필요했기에
할머니의 죽음을 어른들에게 알리기는 커녕 할머니의 손에 있던 지갑에서 돈을 빼내어 달아난다. 가즈유키의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않던 할머니의 죽음은 가즈유키의 어머니가 할머니를 독살시켰다-라는 이상한 소문을 남기고, 그 터무니 없는 소문 때문에 부모님의 관계도, 아버지가 경영하던 치과도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부모님의 이혼 후에 가즈유키는 아버지 곁에 남기로 결심하지만, 어머니의 부재로 마음이 붕뜬 아버지는 긴자의 호스티스에게 빠져 재산을 탕진하게 되고
그 여자의 애인에게 습격당하여 오른손마저 못쓰는 지경이 되어버린다. 치과를 운영할 수 없게 되자 아버지는 술에 의지하여 하루하루를 보내고 새로 전학간 학교
에서 가즈유키는 심한 이지메를 당하게 된다.
괴롭힘당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왜 매일같이 학교에 갔을까. 뚜렷한 이유는 없다.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딱히 이유가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아프지 않으면 학교에 가야한다는 사고방식이 내 발을 학교로 향하게 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등교 거부'라는 말이 조금 더 빨리 알려졌다면 나도 그 방법을 택했을지 모른다. 다만 내가 고통을 견디기 위해 의지하는것이 하나 있었다. 나는 이런 식으로 생각했다.
'어디, 맘대로 해봐. 여차하면 다 죽여 버릴 테니까.'
살인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 그 무렵 아닐까 싶다. 나는 매일 살인을 상상했다. -p122-
가즈유키는 처음으로 살의를 느끼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한다. 첫번째 목표로 정한것은 구라모치. 몇일째 구라모치의 뒤를 밟고 독이든 붕어빵을 준비하여 구라모치와 대면하지만, 그 순간에도 그의 화술에 말려들어 계획을 접는다.
구라모치는 타고난 사기꾼이다. 눈치가 빠르고 악랄하며 타인의 마음 같은건 안중에도 없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을 훤히 꿰뚫고 있다는 느낌이다. 가즈유키는 그것을 알면서도 번번히 속아 넘어가고 만다.
이것이 이 작품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끝없는 어둠으로 추락하는 주인공, 독자들은 그것을 지켜보며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무색할 정도로 그는 또 반복해서 덫에 걸려들고... 작가가 창조해 낸 이 빛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세계야 말로 이 작품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날, 고뇌하는 다지마 앞에 수수께끼의 한 인물이 나타나고, 그는 다지마와 구라모치의 악연에 관한 놀라운 비밀을 털어놓는다.
“그놈을 죽이고 싶다. 그놈 때문에 내 인생은 완전히 망가졌다. 하지만 죽일 수 없다. 살인자가 되기에 내게 부족한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살의라는 도화선에 불을 붙이려면 대체 무엇이 필요한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 『살인의 문』(전 2권)은 어린 시절부터 친구에게 철저히 인생을 농락당해 온 한 남자의 처절한 자기고백이다. 또한 서서히 침몰해가는 주인공이 불타는 복수심과 살인 충동을 증폭시키는 심리적 과정을 주인공 일인칭 시점의 섬세한 필치로 묘사한 문제작이다.
인간 내면의 어두운 심연, 부조리한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묘사해 온 작가 특유의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부도덕한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의 갖가지 모습과 심리를 파헤친 사회심리 소설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돈을 번다는 것은 그런 거야. 누군가에서 돈을 합법적으로 빼앗는 거지. 합법적이기만 하면 더럽고 깨끗하고가 없어.”
"네가 바라던 일이 아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오늘까지 이렇게 살아온 건 네가 그토록 혐오하는 회사 덕분이야. 조금이나마 저축할 수 있었던것도
그 악랄한 사업에 손을 댔기 때문이고. 다른 누가 도와줬어? 네가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도 이미 네 몸에는 그 악랄한 회사의 독이 퍼져 있어.
하지만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어. 사회란 그런 거니까."
소설 속 구라모치의 대사이다. 구라모치가 하는말은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자기의 비열한 수단을 언제나 정당화 시키고 교묘하게 법의 테두리를 빠져나간다.
다지마는 그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실은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인가.. 보다 보면 헷갈릴 지경이다.
연금 생활자 노인들을 노린 금 판매 사기, 주식 투자 컨설팅 사기 등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범죄 수법은 1980년대 거품 경제 시기의 일본에서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로, 소설에 사실감을 더해 주는 동시에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특유의 비정하고 베일에 싸인 암흑세계 묘사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번번히 구라모치에게 농락당하고, 그때마다 그를 죽이고 싶은 욕망에 휩싸이는 다지마. 하지만 또 다시 그의 현란한 화술에 속아 넘어가고, 구라모치의 배신과 악행은 점점 도를 넘어 극한을 치닫는다. 급기야 다지마는 구라모치의 치밀한 연출에 속아 사기 결혼까지 하게 된다. 결혼에서 이혼에 이르는 전 과정이 그를 파멸시키기 위한 구라모치의 사전 계획에 의한 것임이 밝혀지면서 다지마는 마침내 살인을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우유부단한 다지마는 결국 구라모치를 죽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 놓칠 위기에 처한다.
‘나는 왜 그를 죽이지 못하는가,’
고뇌하는 다지마 앞에 수수께끼의 한 인물이 나타나고, 소설은 여기서 대반전이 일어난다. 그 남자는 어린 시절 다지마가 사기도박으로 돈을 잃었을 때 구라모치와 공모했던 사기꾼으로, 그동안 불가사의하기만 했던 다지마의 인생 행로를 설명해 줄 비밀을 쥔 인물이었던 것이다. 이제 이야기는 다지마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할머니의 죽음과 어머니의 독살 소문으로 시작된 집안의 몰락, 그 이후의 잇따른 불행, 이 모든 것이 퍼즐처럼 맞춰진다.
소설은 외견상 다지마를 일방적인 피해자로, 구라모치를 악의 화신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함께 있으면 끊임없이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또는 “악행을 보면서도 손 놓고 있기 때문에” 다지마는 구라모치에게 번번이 속고 계속해서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 독자들은 소설을 읽어 가면서 구라모치가 나타날 때마다 불길한 생각을 떠올리고, 그 나쁜 예감은 어김없이 적중해 참혹한 결과로 귀결된다. “가즈유키, 제발 정신 차려”라고 응원하지만, ‘인간다운’ 주인공에게 매번 배신당하면서 숨이 막히는 듯한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독자들이 좀처럼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살인의 문』이 ‘사회파 작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부조리한 사회 속에 놓인 갖가지 인간 군상의 심리와 프로세스를 소름 끼치도록 리얼하고 섬세한 필치로 그려 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필력을 유감없이 드러냄과 동시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독자를 한없이 소설 속의 세계로 끌어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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