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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독서 / 정아은
한겨레 출판
당사자의 경험이 새겨진 진솔한 책.
자신이 했던 실수와 못난 성정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을 아낌없이 공유해 주는 책.
엄마들의 '진짜' 이야기.
이번 작품은 챕터마다 다른 주제로
두 아들의 엄마인 정아은 작가가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는 과정에서
힘든 고비고비마다 힘이 되어주고 따뜻한 위로가 되어준
책들을 자신의 경험과 연결지어 소개하는 동시에
너무나 솔직한 자신만의. 아니 우리 모두의.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경험과 실수들의 고백을
무릎을 탁! 치게하는 재치있는 문장들로 재미있게 풀어내어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책을 읽으면서
백번은 족히 넘게 고개를 끄덕거리게 할 만한
그야말로 엄마공감 저격률 100%를 보장하는 작품이다.
공감. 또 공감.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정아은 작가님이 대신 해석과 진단. 반성까지 하니
이렇게 속이 시원할수가 없다.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주는 자기성찰형 육아서라고 할수 있겠다.
추천해주는 책들은 양념처럼 취향에 맞게 보면 되겠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래에 살짝 한 부분만 소개하려고 한다.
공감가는 부분이 너무 많은데 ...그중에서도
그러나 나는 못된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 육아서를 읽거나 다른 엄마들과 손을 맞잡고 '다시는 그러지 말자'는 다짐을 주고받은 뒤면 하루나 이틀 정도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아이를 대했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냈다. 이것은 엄청난 스트레스 요인이 됐다. 내가 나를 자제하지 못한다는 것, 그렇게 많은 책을 보고 그렇게 많은 강연을 듣고 그렇게 수없이 다짐을 했는데도 내가 나를 억제하지 못한다는 것은 나에 대한 자괴감과 열등감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감정의 수렁에 빠지자 '못된 습성'은 더욱 기승을 부렸다. 육아서 읽기와 교육 강연 순례하기, 동료 엄마들과 다짐 주고받기 의식에 매진하기 전보다 더 빈번하게 불을 내뿜게 되었던 것이다.
혹시 나는 쓰레기인 것일까?
이 시기 마음속에 맺힌 내 이미지는 '쓰레기'였다. 엄마면서 애들에게 사랑을 주기는 커녕 툭하면 소리나 질러대고 울며 아이들을 탓하는 못나고 멍청한 인간. 그렇다고 돈을 '왕따시'만큼 벌어오는 워킹맘도 아닌 주제에(당시 번역일로 적지않은 액수의 수입을 올리고 있었지만 출퇴근할 장소도, 누군가에게 일하는 엄마임을 증명할 재직 증명서도 내놓을 수 없는 나를 스스로 어정쩡한 위치에 자리매김해 두고 경시하고 있었다) 살림도, 육아도 제대로 못하는 못난이. 한마디로 뭐 하나 잘하는게 없이 불평만 많은 인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시기에는 주로 엄마가 더 행복해져야 함을 설파하는 책을 읽었다. 신의진의 <나는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 슈테파니 슈나이더의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와 같이 아이를 제대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엄마가 먼저 행복해야 함을 강조하는 책들이었다.
엄마가 아이보다 자신을 더 사랑해야 한다는, 행복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설파하는 책들을 읽으면서 얼마나 막막했던가. 얼마나 답답했던가. 눈물이 나면서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인생의 다른 단계에서 그러했듯 당시 나는 그 책들을 읽고 느낀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기 위해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 의무로 다가오는 행복이 얼마나 억압적인 것인지를 그때는 인식해서 말로 풀어낼 수 없었다. 그냥 행복해야겠다고, 내가 행복하지 않아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가 보다고 습관처럼 죄책감을 느끼며 자책을 해댔다. 이 글을 쓰면서 이 시기에 만났던 책들을 다시 읽어보았다. 놀랍게도 그 책들은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당시 상황상 나를 더 사랑하는 삶을 살 수 없었던 내게는 책 속에 나오는 말들이 모두 허황된 말처럼 빛 좋은 개살구처럼 느껴져 그저 '행복해야 한다는 또다른 의무'로만 다가왔다.
그렇다면 행복의 의무를 설파하는 그 책들을 읽으면서 '나쁜엄마'라는 열등감과 죄책감에 더해 '행복해야 한다는 의무감'까지 갖게 된 나는 당시 어떻게 대응했던가? 술을 마셨다. 사방에서 황량한 모래바람이 불어오던 그 시기에, 나는 술을 마셨다. 유치원에 다니는 큰 아이와 이제 걸음마를 떼고 왕성한 호기심으로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는 작은아이 둘을 허덕이며 건사하고 어깨가 축 처질 즈음이면 황혼이 왔고, 황혼이 왔다는건 이제 그날의 가장 크고 무거운 과제인 '저녁밥 차리기'에 돌입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아침과 점심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대충 먹고 지나갈 수 있어도 저녁은 반드시 제대로 영양가가 들어간 밥상을 차려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저녁 할 시간이 돌아오는건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였다.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과를 보낸 뒤 저녁을 하려다 말고 부엌에 서서 냉장고에 남아있던 매취순을 컵에 따라 마신 게 발단이었다. 빈속에 달큰하고 새콤한 술이 들어가자 위장이 불타올랐다. 술기운이 저릿하게 몸으로 퍼져나가자 저녁을 짓는 일이 갑자기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까짓 밥. 하면 되지! 별거야? 까짓 국, 끓이면 되지! 몇가지 뚝딱뚝딱 썰기만 하면 되잖아? 그게 뭐라고! 밥 짓는 과정이 껌 씹듯 손쉽게 느껴졌다. 알딸딸하게 취기가 오르자 아이들이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평소 같으면 귀찮게 여겨졌을 말과 행동들도 아이답기 그지없는 순수함으로 다가왔다. 저녁을 해결하고 나면 어김없이 닥쳐오는 잔일들,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와 아이들을 씻기고 재우는 일도 다 사소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술의 힘으로 저녁 시간을 버티고 나자 다음 날에도 한잔, 그다음 날에도 한잔 마시게 되었고, 술의 향연은 매일매일 나 자신에게 내리는 위로와 격려의 의례로 자리 잡기에 이르렀다.
-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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