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리 클럽
최인호 지음
랜덤하우스 코리아 2008.07.10
인상깊은 구절
맑은 어둠 속에서 마을의 불빛들은 물속에서 빛나는 사금파리처럼 반짝이고 있었고, 멀리 찬 달빛에 잠긴 산허리를 돌아 기차가 흰 연기를 뿜어 올리면서 벌판을 지나가고 있었다.
추억은 누구에게나 아름답다.
지금 모두에게 일상인 순간순간이 세월이 지나면서 어쩜 그렇게 아름답게 기억되는지..
그 모든 기억들을 우리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떠올린다.
나는 고등학교 3년 내내 남들 다 하는 반항 한번 해 보지 않았고, 여고에 다녔던 다른 아이들처럼 남자친구를 사귀거나
같이 놀러 다니거나 하는 그런 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고 돌이켜봐도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는 그런 나날들이었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고교시절을 돌이켜보면 깜깜한 밤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돌아오던 그 골목길. 가로등 불빛..
여름날 창문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 바람에 흔들리는 교실 커튼..모두가 그냥 영화의 한 장면들같이 너무나 나에겐 아름다운 장면들로 남아있다.
추억이란 그렇듯 모든 이들에게 힘을 주고, 사랑을 떠올리게 하고,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아 몸 전체를 따뜻하게 하는..자기도 모르게 미소 짓게 만드는 그런 힘이 있다.
이 책은 작가인 최인호씨가 서문에서 밝혔듯 '순수의 끄트머리에서 학창시절의 추억을 평생 남기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속에 새기듯 써내려간'글이다.
극중의 동순,영민,문수,영구,동혁,철수..이 모든 등장인물은 작가이다. 또 우리의 아버지이고,시대를 바꾸어 태어난 나의 이야기이다.
누구든 편안한 마음으로 동순이가 되었다가 영민이가 되기도 했다가 하며 읽어 내려가면 좋은 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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