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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 김난주 옮김

소담출판사 2001.12.2001





"은사자라고 아세요? 색속 희미한 사잔데 은색이랍니다.

다른 사자들과 달라 따돌림을 당한대요. 그래서 멀리서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한다는군요. 쇼코는 말이죠, 저나 곤을,

그 은사자 같다고 해요."


에쿠니 가오리의 너무나 잘 알려진 2001년 작품이다.

낙하하는 저녁과 함께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알고 있을 작품.

청아하고 투명한 그녀만의 분위기가 문체에서 뿐만 아니라 스토리, 등장인물의 캐릭터, 배경이며 상황 묘사에서까지 잘 나타나 있다.

나도 오래전 이 소설로 시작하여 이제는 에쿠니 가오리의 신간이 나올때마다 주저없이 구매하곤하는 그녀의 독자중 하나이다.

미스터리계의 다작왕, 믿고 보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라면

여성적인 감성과 스토리 텔링을 장기로 내세우며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을 보여주는 작가는 에쿠니 가오리이다.

모든 작품이 비슷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정도까지 뚜렷한 개성을 보여주며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작가는

많지 않다는 의미에서 존경스러운 작가이다.

 

주인공은 무츠키와 쇼코, 곤.  무츠키와 곤은 게이이고 쇼코는 무츠키와 부부관계이다. 사

회적인 시선을 피하기위해 부부행세를 하고는 있지만

쇼코는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정신적 결함이 있고

무츠키는 상냥하고 다정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할수있는 사람이지만

또한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기 힘든 성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은 저마다 이 사회의 기준과는 다른 모난 인물들 이지만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너무나 사랑스럽고 순수한 캐릭터들이다.

스토리상의 전개나 기승전결이 뚜렷한 작품은 아니지만 읽고있는 것만으로도 

정갈하고 청아한 느낌이 들게하는 작가 특유의 문체가 이 소설 최대의 장점이다.

휴가지에 가지고 가면 좋을만한 소설, 힐링용으로 추천!

나는 시트에 다림질을 하는 쇼코의 뒷모습을 소름이 오싹 끼칠만큼 좋아한다.

그녀는 아주 열심히 다림질을 한다.

침대가 따뜻해 지기만 하면 되는데,

쇼코는 주름 하나없이 꼭꼭눌러 다림질을 한다.

침대째 뽀송뽀송해질 정도다.

 

카지베씨는 서랍을 열고,

"약을 지어 드리죠."

라고 말하고 검은 깡통을 꺼냈다. 알사탕이 든 깡통이었다.

내민 나의 손바닥 위에 알사탕이 다섯 개 올려졌다.

빨강과 초록 오렌지색, 밀가루를 묻힌 것처럼 뿌연 동그란 알사탕이다.

나는 말없이 알사탕을 받았다.

창문으로 미풍이 불어들어와, 벽에 걸린 달력이 약간 흔들렸다.


 

 

 

 

 

하지만 사토코는 분명히 깨달았다. 아침이 왔다는 것을.
끝없이 이어지는  밤의 밑바닥을 걸어,
빛 하나 없는 터널을 빠져나왔다.
영원히 밝아 오지 않을 것 같던
아침이 지금 밝았다.
아이는 우리에게 아침을 가져다주었다.

 

아침이 온다

나오키상 수상작가 츠지무라 미즈키의 소설로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된 바 있는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다.

 

사토코는 어느날 유치원에서 아들 아사토가 같은 유치원 친구인 소라를 정글짐에서 밀어 떨어뜨렸다는 전화를 받는다.

아사토는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선생님들은 믿어주지 않는 눈치이고.. 소라의 엄마, 동네 아이 엄마들과의 관계가 소원해 짐에도 불구하고

사토코는 아사토를 믿어준다. 사건은 결국 소라의 거짓말로 밝혀지고 사토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사토코는 아이의 입장에서 모든것을 생각하는 사려깊은 엄마이다. 사토코와 아사토의 사이에는 두터운 신뢰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아사토의 생모였다. 사실 아사토는 사토코가 입양한 아이였다. 아사토의 엄마라고 자신을 밝힌 여자는

아사토를 돌려달라, 만약에 어렵다면 돈을 달라..는 제안을 한다. 사토코와 남편은 그녀를 직접 만나기로 한다.

나타난 그녀는 사토코의 기억에 남아있는 아사토의 생모와는 다른 사람이었고 

그여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확신한 사토코와 남편은 그녀를 추궁한다.

그렇게 그녀는 도망치듯 떠나고

그리고 한달 뒤, 경찰이 사토코의 집에 갑자기 찾아온다. 한장의 사진을 들고.. 사진속의 그녀는 자신을 아사토의 생모라고 밝혔던

그 여자였다. 사토코는 묻는다. 이 여자는 도대체 누구입니까?


 

스포주의

 

히카리는 교사인 부모님과 모범생 언니 사이에서 아무도 자기를 이해해 주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며 자랐다.

공립 학교에 다니며 방과후 활동으로 탁구부를 하는 평범한 히카리는 어느날 학교에서 인기 많고 잘생긴 농구부의 다쿠미에게

고백을 받고 교제를 시작한다. 인기남인 다쿠미가 자기에게 고백을 하고 사귀게 되자 히카리는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된 듯한

느낌을 받게되고 그 느낌에 점점 도취해간다. 아무것도 모르는 부모님과 언니를 속으로는 비웃으며 보란듯이 다쿠미와의 관계를 급속도로

진전해 나간다. 학교 성교육 시간이나 인터넷, 서적들을 통해서 배우기는 했지만 정말 중요한 내용은 하나도 모르고 있던 다쿠미와 히카리는

임신이 된 줄도 모른채 몇개월을 보내고 몸에 이상이 나타나고 나서야 병원을 찾게된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히카리의 부모님은 히카리에게 실망과 분노의 감정만을 표출하고 부모님과 히카리의 갈등은 깊어져만 간다.

부모님의 소개로 입양기관에서 출산까지 머무르게된 히카리는 그곳에서 다른 미혼모들을 만나게 되고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험난한 세계에서

온 다른 미혼모들에게 동질감과 가족에게서도 받지못한 애정을 느낀다.  아이를 입양보내면 모든것이 제자리로 돌아올줄 알았지만

가족과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기만 하고 철부지 다쿠미에게서도 기댈 자리를 찾지 못한 히카리는 가출을 결심하고 미혼모 시설로

무작정 찾아간다. 곧 그곳이 문을 닫게 되자 그저 머무를 곳을 찾아 숙식이 제공되는 신문 배급소에 일자리를 구하고 거기서 또

다른 사람에게 속아 도망을 가게된다. 항상 머무를 곳을 찾아 도시를 전전하는 히카리는 마지막에는 자신이 지지도 않은 사채빚을 갚기 위해

일하던 호텔의 금고에 손을대게 되고 경찰에게 쫓기게 된다.

그렇게 하여 마지막에는 아사토의 엄마에게까지 전화를 하게 된 것이었다. 

그렇다. 몰라보게 변한 그 여자는 아사토의 생모였다...

 

히카리라는 캐릭터는 처음에는 너무나 평범한, 우리주위에 흔히 있는 소녀였다.

하지만 혈연으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소통이 되지않는 가족, 애정을 전혀 느낄수 없는 가족 사이에서

한순간의 실수로 16세의 미혼모로 전락하게 된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히카리를 찾아 헤메고 따뜻하게 안아준것은 가족이 아니라

히카리의 아이를 입양한 사토코였다.

한편, 사토코는 남편의 불임 판정과 수차례의 노력에도 아이를 갖지 못하고 히카리의 아기 아사토를 입양하게 되지만

히카리와 아사토는 그 누구보다도 끈끈한 사랑과 믿음으로 이어져 있다.

이 소설은 가족의 중요성을 상기시켜줌과 동시에

그 의미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 작품이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피로 이어진 가족이란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가족이란 어떤 의미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어린 시절의 치기어린 행동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도..

나에게도 의미가 있었지만, 우리 딸이 커서 중학생, 히카리의 나이가 된다면.. 꼭 한번 보여주고 싶은  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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